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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과 퍼즐』 (로마서 16장 1절~2절) 2025년 6월 29일 윤문기 목사

손창숙 0 2

『조각과 퍼즐』 (로마서 16장 1절~2절)

 설교: 윤문기목사

 로마서의 마지막 장인 16장에는 무려 26명의 성도를 향한 사도 바울의 문안 인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헌신과 봉사를 기억하며, 복음을 위해 함께 동역했던 소중한 기억과 사랑을 담아 감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바울은, 그날 이후 그의 삶 전체가 바뀌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인생에 '틈입'하셔서,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요 사도로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통해 소아시아와 유럽 전역에 복음을 전하게 하셨고, 수많은 교회 공동체를 세우셨습니다.

 그 여정 중에서 겪는 위기와 고난의 순간마다 수많은 동역자들이 바울의 곁을 지켰습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이름들처럼, 하나님은 바울의 후원자였고, 중보자였으며, 보호자였습니다.

 이제, 저 또한 은퇴를 앞두고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제 인생에도 틈입하셔서 주님을 만나게 하셨고, 40여 년의 목회 여정을 인도하셨음을 고백합니다. 그 여정 속에서 안중교회를 비롯해, 수많은 분들과의 귀한 만남이 있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희 집안에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시조의 영정을 모시며 제사를 드리는 것이 익숙했고, ‘예수 믿는 일’은 남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외가 숙모님이 가족들을 모아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알고 보니 저의 외할아버지는 평양신학교를 졸업하신 목사님이셨고, 33인의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믿음의 씨앗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제게로 전해졌습니다.

 삶을 돌아보면, 저는 정말 목사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가난했고, 병들어 있었고, 때로는 외로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저의 인생 곳곳에 '틈'을 만드셨고, 사람들을 통해 그 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신학교 시절, 점심 도시락이 없어 굶주릴 때마다 저를 챙겨준 친구가 있었으며 등록금을 걱정하던 저를 위해 대신 납부해 준 동료 선배가 있었습니다. 아무조건 없이 축복해 주던 어느 장로님의 따뜻한 눈빛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모든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하나님께서 보내신 퍼즐 조각들이었습니다.

 그 퍼즐 조각 중 하나였던 류동형 목사님과의 만남은 제가 인천에서 전도사로 사역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탁월한 청년들 덕분에 오히려 제 신앙이 더 성장했고, 제 사역이 더 깊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흩어진 조각처럼 보였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 조각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인생을 퍼즐처럼 빚어 가십니다. 선악과를 지키고, 관계를 존중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 퍼즐은 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단단해집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바로 진짜 ‘재산’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맺은 관계는 절대 악연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인연은 우리의 인생을 완성해가는 귀한 조각입니다.

 안중교회에서 사역한 지도 벌써 십팔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으로 온 것도 제 의지가 아닌, 하나님의 인도심이었습니다. 부족함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고, 여러분의 사랑과 인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관계는 재산입니다.”

하나님께서 제 삶 속에 틈입하셔서 보내신 한 사람 한 사람, 그들과 함께 엮어진 퍼즐이 바로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저보다 더 좋은 목회자가, 더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해 가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제 인생의 소중한 퍼즐 조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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